대통령 탄핵, 헌재의 문턱에 서다: 혼돈의 대한민국 정국

국회, 역사적 탄핵안 가결

서태진 승인 2024.12.16 17:42 의견 0

서태진 기자 = 2024년 12월 14일 오후 5시,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은 긴장과 열기로 가득했다.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되며 대한민국 헌정사는 또 한 번의 격변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7년 만에 다시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것이다.

탄핵안 가결의 기폭제는 12월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었다. 갑작스러운 계엄령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론까지 들끓었다. 국회는 즉각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계엄은 사흘 만에 해제됐지만 정치적 후폭풍은 멈추지 않았다. 그 여파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까지 11일이 걸리지 않았다.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 국정 공백의 위기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됐다. 이제 국정의 키를 잡은 이는 한덕수 국무총리. 헌법에 따라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현상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권한대행 체제는 긴급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을 떠올리며, 일부에서는 국정이 무난히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당시와는 다르다.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둘러싼 논란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격랑 속에서 권한대행 체제는 현안 해결에 한층 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MBC 화면 캡쳐


◇헌법재판소의 시간: 탄핵의 운명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지금, 모든 시선은 헌재로 쏠리고 있다. 탄핵의 운명은 이제 헌재 재판관 6인의 손에 달렸다. 헌재는 12월 14일 소추의결서를 접수했으며, 향후 최대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법조계는 헌재가 탄핵 심리를 신속히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63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91일이 걸렸다.

이번에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슷한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6인 체제에서 중대 사안을 다루는 부담감과 공석인 재판관 추가 임명 여부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재가 집중적으로 다룰 쟁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 여부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긴급성이 정당화될 수 있었는지가 최대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회와의 갈등, 계엄 상황에서의 조치들이 헌법적 질서를 얼마나 침해했는지도 주요 심리 대상이다.

◇혼돈의 정국 속 경제와 외교

정치적 격변은 경제와 외교에도 불안정을 초래했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금융·외환 시장은 한때 요동쳤다. 그러나 12월 10일 정부의 예산안 처리 계획 발표 이후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시장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권한대행의 메시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교 분야는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다수의 고위급 행사가 취소되었고,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조율도 지연되고 있다. 반면, 2025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는 아직 일정상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인 외교 활동은 당분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격랑 속 전면전

탄핵 가결 이후 여야 간 대치는 한층 더 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과정을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국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야당은 주요 입법 과제를 밀어붙이며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줄어든 의석수로 인해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 와중에 일부 중도 성향 의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정치적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험대

탄핵 정국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또 다른 시험대를 던졌다. 국민적 관심은 헌재의 결정뿐 아니라 정치권이 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권력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권과 사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민주적 원칙을 지키며 전진할 수 있을까? 혼돈의 정국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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